손가락이 절단되어 응급실에 실려 온 환자의 보호자에게 어느 날 낯선 사람이 다가옵니다. “산재 처리 어떻게 하실 계획이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데요.” 명함에는 그럴듯한 회사 이름이 적혀 있지만, 공인노무사도 변호사도 아닙니다. 이런 사람들을 현장에서는 ‘산재 브로커’ 또는 ‘산재 영업자’라고 부릅니다.

산재 브로커란 누구인가
산재 브로커는 산재 사건을 발굴해서 노무사나 변호사에게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무자격 영업자를 말합니다. 본인은 산재 신청서 한 줄도 직접 쓰지 않습니다. 의뢰인을 데려가 노무사·변호사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수임료의 일부를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의뢰인이 이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의뢰인은 “이 사람이 나를 도와주는 전문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중간에서 수수료만 챙기는 알선책입니다.
그들이 접근하는 방식
19년간 산재 사건을 다루면서 본 브로커들의 영업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병원 출입 영업: 산업재해 환자가 많이 입원하는 정형외과·재활병원 앞에서 환자나 보호자에게 직접 명함을 건넵니다.
2. 119·구급차 정보 활용: 사고 정보를 어떻게든 입수해 사고 직후 환자 가족에게 연락합니다.
3. 산재 카페·블로그·유튜브: “산재 100% 인정” 등의 광고로 검색 유입을 유도한 뒤 상담 신청을 받습니다.
4. 노조·동료 소개망: 일부 사업장에서는 동료가 “내가 아는 사람이 있다”며 소개하는 형태로 접근합니다.
공통점은 모두 재해자가 가장 혼란스럽고 정보가 부족한 시점을 노린다는 점입니다.
왜 위험한가 – 3가지 이유
첫째, 수임료가 부풀려집니다
브로커가 가져가는 수수료(보통 수임료의 30~40%)는 결국 의뢰인이 부담합니다. 노무사가 직접 수임한다면 700만 원으로 끝날 사건이, 브로커를 거치면 1,000만 원, 1,200만 원으로 올라갑니다.
둘째, 사건 처리 품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브로커는 한 명의 노무사·변호사와 거래하는 것이 아니라 수십 명에게 사건을 분산 송부합니다. 받는 노무사 입장에서는 한 건당 받는 보수가 적기 때문에 깊이 있는 검토가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셋째, 법 위반 소지가 있습니다
공인노무사법 제27조는 공인노무사가 아닌 자가 보수를 받고 노무사 업무를 알선·중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변호사법 제109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로커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는 관행 자체가 위법의 소지가 있는 것입니다.
흔히 겪는 피해 유형
상담 과정에서 자주 듣는 사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사고 직후 정신없는 상황에서 위임장에 서명했는데, 알고 보니 수임료가 동종 시세의 1.5~2배였던 경우
- 브로커가 “다 알아서 해 준다”고 했지만 정작 산재 신청서 작성·심사 대응은 잘 모르는 상태로 진행된 경우
- 장해등급 결정 단계에서 추가 보수를 요구받았으나, 어디에 항의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
- 수임료를 카드로 결제했더니 상호가 다른 업체로 결제된 경우 (브로커 회사 → 노무사 사무실 분리 청구)
브로커인지 아닌지 판별하는 방법
다음 항목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브로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명함이나 사무실 간판에 ‘공인노무사’ 또는 ‘법무법인’ 표기가 없다
- 본인 이름 옆에 자격 번호(공인노무사 등록번호)가 없다
- “한국공인노무사회 회원입니다”라고 검증할 수 없다
- 사건 진행은 다른 사람(노무사)이 한다고 한다
- 수임료를 받는 계좌가 노무사 사무실 명의가 아니다
- “산재 100% 인정 보장”을 약속한다 (불법 광고)
많이 헷갈리는 Q&A
Q. 명함에 ‘산재 컨설턴트’, ‘산재 전문가’라고 적혀 있는데, 자격 있는 사람 아닌가요? A. 그런 명칭은 법정 자격이 아닙니다. 산재 사건을 대리·작성할 수 있는 법정 전문가는 공인노무사와 변호사 두 종류뿐입니다.
Q. 산재 동호회·카페 운영자가 도와준다고 하는데 믿어도 되나요? A. 운영자 본인이 공인노무사·변호사가 아니라면 사건을 수임할 자격이 없습니다. 정보 공유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수임료를 받는 순간 위법입니다.
Q. 이미 브로커와 계약했는데 해지할 수 있나요? A. 가능합니다. 위임 계약은 민법상 언제든 해지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689조). 다만 진행된 부분에 대한 정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해지 전 노무사와 상담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노무사 한 줄 결론
산재 처리의 첫 번째 원칙은 “수임료 상담은 반드시 공인노무사 또는 변호사와 직접 한다”입니다. 병원 앞에서 명함을 내미는 사람이 친절해 보여도, 그 친절함의 가격은 결국 본인이 치르게 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산재 수임료가 실제로 얼마인지, 적정 비용은 어떻게 판단하는지 정리하겠습니다.
상담 문의 산재 사건 수임 또는 진행 중인 사건의 적정성 점검이 필요하시면 문의해 주세요. 한동노무법인 박실로 노무사에게 문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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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안의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